절도죄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 뜻밖에 자주 다투어지는 쟁점은 물건을 가져갔는지가 아니라, 범행이 어느 시점에 완성되었느냐다. 미수에 그친 것인지 기수에 이른 것인지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달라지고, 도중에 마음을 바꿔 물건을 두고 나온 경우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이 판단에 달려 있다. 그래서 물건에 손을 댄 순간부터 자리를 벗어난 순간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나누어 살펴야 한다.
절도는 다른 사람이 점유하는 재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점유로 옮기는 행위다. 여기서 기수의 기준은 점유가 넘어왔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이다. 실무는 대체로 물건을 자신의 사실상 지배 아래에 두었을 때 기수로 본다. 이 기준은 단순해 보이지만, 물건의 크기와 장소의 성격, 원래 점유자의 지배 범위에 따라 실제 적용은 달라진다.
작은 물건을 옷이나 가방에 넣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매장 안에서 물건을 주머니에 넣었다면 아직 매장을 나가지 않았더라도 이미 자기 지배 아래 두었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물건을 손에 들고 있다가 계산대 근처에서 내려놓았다면, 점유가 옮겨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두었는지가 판단을 가른다.
크고 무거운 물건은 다르게 본다. 창고에 있던 물건을 밖으로 옮기려 했지만 아직 출입구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 원래 점유자의 지배 영역 안에 있다면 점유가 완전히 넘어왔다고 보기 어렵다. 차량처럼 이동 수단 자체가 대상인 경우에는 시동을 걸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물건의 성질에 따라 지배가 넘어오는 순간이 달라지는 셈이다.
장소의 성격도 중요하다. 열린 매장과 잠긴 사무실, 타인의 주거는 원래 점유자의 지배가 미치는 범위가 다르다. 주거 안에서 물건을 챙긴 뒤 아직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도 기수로 보는 경우가 있고, 넓은 공장 부지에서는 담을 벗어나기 전까지 미수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행위라도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미수로 평가될 때는 그 안에서도 구분이 있다. 스스로 그만둔 경우와 외부 사정으로 못 이룬 경우다. 물건을 챙기다가 양심에 걸려 제자리에 두고 나왔다면 자의로 중지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이는 처벌에서 상당히 유리하게 반영된다. 반대로 직원에게 발각되어 물건을 놓았다면 자의에 의한 중지로 보기 어렵다. 그만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정황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실행에 착수했는지도 다투어지는 지점이다. 물건에 손을 대기 전이라면 아직 절도의 실행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진열대 앞에서 물건을 살피며 주변을 살폈다거나, 가방을 열어 두고 물건에 손을 뻗은 행위는 착수로 평가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준비에 그치고 어떤 행동부터 실행으로 넘어가는지는 사안마다 정황을 따져 정해진다.
증거의 성격도 시점 판단에 영향을 준다. 매장의 영상 기록은 물건을 언제 어디에 넣었고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를 초 단위로 보여 준다. 이 기록이 기수와 미수의 경계를 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가 되므로, 당사자의 기억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영상을 먼저 확인한 뒤 진술을 정리해야 한다. 기억에 의존해 진술했다가 영상과 어긋나면 전체 신뢰가 떨어진다.
불법영득의 의사도 시점과 함께 따져진다. 잠시 사용하고 돌려놓을 생각이었다는 주장은 자주 나오지만, 돌려놓을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는지와 실제 행동이 그에 부합했는지로 판단된다. 물건을 가지고 나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돌려주지 않았다면 영득 의사가 인정되기 쉽고, 반대로 곧바로 돌려놓았다면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생긴다.
공범이 있는 경우에는 기수 시점이 각자에게 다르게 적용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물건을 챙기고 다른 사람이 밖에서 기다렸다면, 물건이 지배 아래 들어온 시점에 함께 기수가 된다. 반대로 도중에 한 사람이 그만두자고 말하고 실제로 범행을 막았다면 그 사람에게는 중지의 효과가 인정될 수 있지만, 말만 하고 방치했다면 인정되지 않는다. 함께 있던 사람의 행동도 시간 순서로 정리해야 한다.
장소에 들어간 경위도 함께 평가된다. 영업 중인 매장에 손님으로 들어간 것과 잠긴 건물에 몰래 들어간 것은 절도 부분의 판단은 같더라도 별도의 혐의가 덧붙는지가 다르다. 밤에 남의 건물에 들어가 물건을 챙기려다 나온 경우라면 절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들어간 행위 자체가 따로 문제 되어, 전체 사건의 무게가 물건의 가치와 무관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한다.
절도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사건의 결말이 이미 정해졌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물건을 어디까지 옮겼는지, 왜 멈추었는지,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는지에 따라 미수와 기수, 자의 중지와 장애 미수가 나뉘고 결과가 달라진다. 행위의 순서를 정확히 복원하고 영상과 진술을 맞추어 두는 것이 이 판단에서 가장 실질적인 준비다.
피해자와의 관계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물건을 돌려주었거나 손해를 배상했다는 사정은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않지만 처분의 무게를 크게 바꾼다. 특히 미수 사건에서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식 재판 없이 사건이 마무리될 여지도 커진다. 행위의 시점을 다투는 일과 피해를 회복하는 일은 서로 다른 축이므로 둘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