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뺑소니 사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은 음주 수치가 아니라 현장을 떠난 행위가 도주로 평가되느냐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이 무겁지만,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는 평가가 더해지면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사고 뒤 운전자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복원하는 일이 방어의 핵심이 된다.
법이 운전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고 직후 피해자를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일이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구호하고, 상황에 따라 신고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릴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구가 충족되었는지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된다. 잠시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조치를 다했다고 인정되지는 않고, 반대로 현장을 벗어났더라도 사정에 따라서는 도주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는지 여부다. 사고 직후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다가가 상태를 물었는지, 다친 곳이 있는지 살폈는지가 기본이 된다.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해 자리를 떠났다는 주장은 자주 나오지만, 피해자의 말만 듣고 떠난 것과 실제로 부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연락처를 남기고 떠난 것은 다르게 평가된다.
연락처를 남겼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자신의 신분과 연락 방법을 피해자나 현장에 있던 사람에게 알렸다면 뒤에 책임을 질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커진다. 명함을 건넸거나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거나,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한 기록이 있다면 도주라는 평가를 흔드는 자료가 된다. 반대로 아무 정보를 남기지 않고 떠났다면 음주 사실을 감추려 했다는 추정이 강하게 붙는다.
현장을 떠난 이유와 방식도 따져진다. 사고 뒤 차를 도로 밖으로 옮기기 위해 잠시 이동한 것과, 사고 지점을 완전히 벗어나 집으로 간 것은 같은 이동이 아니다. 다른 차량의 통행을 막지 않기 위해 옮겼다면 그 뒤에 바로 돌아왔는지, 옮긴 뒤 피해자와 다시 접촉했는지가 함께 살펴진다. 떠난 뒤 스스로 신고했거나 경찰서에 출석한 사정도 판단에 반영된다.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가 현장을 떠나는 흔한 이유는 측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는 쪽으로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쉽다. 그래서 떠난 이유가 두려움이었는지, 상황 파악을 못한 것이었는지, 다른 급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인 정황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막연히 당황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의 부상 정도와 인식 가능성도 함께 검토된다. 운전자가 사고 당시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문제 되기 때문이다. 경미한 접촉으로 상대가 다친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면 구호 의무가 발동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다만 음주 상태였다는 사정이 인식 가능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쓰이기는 어렵고, 오히려 판단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점이 불리하게 읽힌다.
현장 자료의 확보는 서둘러야 한다. 주변 차량의 영상 기록, 상가의 감시 영상, 사고 직후의 통화 기록과 문자 내역, 보험 접수 시각이 운전자의 행동을 시간 순서로 증명해 준다. 특히 사고 뒤 얼마 만에 어떤 연락을 했는지는 구호 의사를 보여 주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영상은 지워지므로 초기에 보존을 요청해야 한다.
피해 대상이 사람이 아닌 물건인 경우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주차된 차량이나 시설물을 부딪치고 떠난 경우에는 사람에 대한 구호 의무가 아니라 사고 후 조치 의무가 문제 된다. 이 경우 연락처를 남겼는지, 뒤에 보험 처리를 했는지가 핵심이 되며, 사람이 다친 사건과는 다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차량 안에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떠났다면 다친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함께 다투어진다.
사고 뒤 시간이 지나 측정이 이루어진 경우 음주 부분의 입증도 달라진다. 현장을 떠나 있던 시간만큼 측정 수치가 사고 당시와 다를 수 있어, 수사기관은 역산 방식으로 당시 수치를 추정하기도 한다. 이 추정에는 마신 술의 종류와 양, 마신 시각, 체중과 같은 조건이 들어가는데, 조건 하나가 달라지면 결과가 크게 바뀐다. 사고 전 음주 경위를 정확히 기억해 두고 영수증과 결제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이 부분의 다툼에서 실질적인 자료가 된다.
음주운전뺑소니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음주 부분과 도주 부분을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음주 사실은 다투기 어렵더라도 도주 부분은 사실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두 부분을 뒤섞어 전체를 인정하거나 전체를 부인하는 태도는 오히려 진술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 처음부터 분명히 정해 두어야 한다.
사고 뒤의 행동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행동이 어떤 의미로 평가될지는 자료와 설명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자를 살폈는지, 연락처를 남겼는지, 떠난 뒤 어떤 조치를 했는지를 객관적인 기록으로 보여 줄 수 있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정한다. 초기 조사에서 감정적으로 사실을 부인하기보다 시간 순서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결과에 더 큰 차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