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성추행합의금은 액수 이전에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잘못된 접촉 한 번이 합의를 무산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혐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합의의 효력을 알아야 합니다.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합의는 사건을 끝내는 수단이 아니라 처벌의 무게를 정할 때 반영되는 양형 자료입니다. 그렇다고 의미가 작은 것은 아닙니다.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용서는 양형에서 가장 무겁게 고려되는 사정 가운데 하나이고, 기소 여부와 형의 종류를 실제로 바꿉니다.
가장 조심할 것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일입니다. 연락처를 알고 있더라도 직접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면 피해자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수사기관은 이를 2차 피해나 합의 강요로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주변 사람을 통해 말을 전하는 것도 같은 문제를 낳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접촉은 그 자체로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합의 의사는 변호인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변호인이 수사기관에 합의 의사를 밝히면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의사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동의할 때만 연락이 이어집니다.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다면 변호인 사이에서 협의가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므로 협의가 원활해집니다. 이 경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피의자에게도 안전한 방식입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형사조정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 조정을 신청하면 조정위원이 양쪽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마주하지 않은 채 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그 결과가 사건 처리에 반영됩니다. 피해자가 직접 협의를 꺼리는 사건에서 유용한 경로입니다.
액수는 사건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행위의 정도, 횟수,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충격과 치료 여부, 직장이나 학업에 미친 영향이 고려됩니다. 정해진 기준표는 없으므로 양쪽의 기대가 크게 다를 수 있고, 피해자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다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근거를 묻고 자신의 제안을 자료로 설명하는 것이 낫습니다.
합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공탁을 검토합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지 못해도 법원에 금전을 맡길 수 있는 제도로,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더라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양형에 반영됩니다. 다만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공탁하는 것은 진정한 반성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시점과 액수를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공탁 사실은 법원이 피해자에게 통지하며, 피해자의 의견이 다시 재판에 반영됩니다.
합의서에는 합의금의 액수와 지급 방법,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 민사상 청구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는 조항, 합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갑니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뜻을 밝히더라도 사건이 계속되는 점을 양쪽이 이해하고 있어야 이후의 오해가 없습니다.
합의 시점도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 합의하면 기소 단계에서 반영되고, 재판 중에 합의하면 선고에 반영됩니다. 다만 피해자의 진술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초기에 합의를 서두르면 피해자가 압박을 느껴 오히려 협의가 어긋나기도 합니다. 피해자 쪽의 상황을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고 시점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합의가 오히려 조심스럽습니다. 합의 시도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합의보다 사실관계 다툼에 집중해야 하고,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이 섞여 있다면 어느 범위에서 사과와 합의를 진행할지 변호인과 정리한 뒤 움직여야 합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사건에서는 절차가 다릅니다. 합의 상대는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법정대리인이고, 합의가 있더라도 양형에 반영되는 정도가 성인 피해자 사건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더 엄격하게 적용되므로, 접촉 경로와 방식에 대해 변호인의 안내를 더욱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성추행합의금 문제는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어떤 경로로 의사를 전하고 어떤 문서를 남길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직접 접촉을 피하고, 변호인이나 조정 절차를 통하며, 합의가 어려우면 공탁을 검토하는 순서가 기본입니다.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피해자의 신원이나 합의 내용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이는 합의서 위반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피해로 평가되어 사건을 다시 악화시킵니다. 합의 이후에도 피해자와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접촉을 피하는 조치를 스스로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초기에 감정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다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가장 아쉽습니다. 사과의 뜻이 진심이라면 그것을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까지가 사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