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전문변호사가 사건을 살필 때 눈여겨보는 지점 하나가 수사가 시작된 경위다. 마약 사건은 제보나 잠입, 협력자를 통한 정보로 단서가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범의를 새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애초에 범행할 뜻이 없던 사람을 수사기관이 부추겨 범행에 이르게 했다면, 그렇게 얻은 증거의 가치는 크게 흔들린다.
이른바 함정수사는 두 갈래로 나누어 본다.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에 그친 경우와, 없던 범의를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유발한 경우다. 앞의 경우는 대체로 허용되지만, 뒤의 경우는 위법한 수사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수사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사실관계로 가려내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다투려면 접촉의 경위를 촘촘히 복원해야 한다.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 거래를 제안한 쪽은 누구인지, 얼마나 집요하게 권유가 이어졌는지가 핵심이 된다. 당사자가 여러 차례 거절했는데도 반복해서 접근이 이루어졌다면, 범의가 외부에서 심어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협력자나 제보자의 역할도 함께 살핀다. 수사기관과 어떤 관계였는지, 어떤 대가를 기대하고 움직였는지에 따라 진술의 신빙성이 달라진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상황을 과장하거나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진술만으로 세워진 혐의는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통신 기록과 정황 자료는 이런 다툼에서 특히 중요하다. 주고받은 메시지의 흐름, 만남의 순서, 대화의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었는지가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흐려지지만 기록은 남으므로, 접촉의 실제 모습을 보여 줄 자료를 빠짐없이 확보해 두어야 한다.
다만 함정수사 주장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근거 없이 내세우면 오히려 범행을 인정하면서 책임만 미루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그래서 이 주장은 구체적인 정황과 자료가 뒷받침될 때에만 전면에 세우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어 지점과 함께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낫다.
수사 절차 자체의 적법성도 함께 점검한다. 체포와 압수가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지켜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권리 고지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살핀다.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확보된 증거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어, 함정수사 주장과 별개로 다툴 여지가 생긴다.
당사자의 진술 관리도 중요하다. 초기 조사에서 상황을 모면하려 한 말이 나중에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으므로,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아낄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이후의 부담을 줄인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방어의 무게 중심도 달라진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방향과, 일부를 인정하되 경위를 소명하는 방향은 준비의 결이 다르다. 어느 쪽이 사실에 부합하고 결과에 유리한지를 냉정하게 판단한 뒤, 그에 맞춰 일관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방어에 도움이 된다. 어떤 경로로 수사기관이 당사자에게 이르렀는지, 그 정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살피면 수사의 성격이 드러난다. 처음의 단서가 어떻게 잡혔는지를 알아야, 이후의 접촉이 정당했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에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다만 그 권리를 언제 쓸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미리 방향을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다른 관련자들과의 관계도 정리해 두어야 한다. 함께 얽힌 사람이 있다면 각자의 진술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사건의 그림이 달라진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 태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초기의 대응이 이후를 좌우한다. 당황한 나머지 정리되지 않은 말을 쏟아 내면 그 진술이 끝까지 발목을 잡는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고,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을 구분해 두는 준비가 이후의 부담을 크게 줄인다.
마약전문변호사는 함정수사 여부를 가리는 일이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정당성을 사실과 절차의 언어로 되짚는 작업이라고 본다. 접촉의 경위와 자료를 촘촘히 모아 범의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드러낼 때, 그 주장은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시작점을 되짚는 일이 방어의 큰 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