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시료를 분석한 감정 결과가 유죄의 결정적 근거로 제시될 때,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다툴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
마약변호사의 일이다. 감정 결과는 과학적인 분석이라는 이유로 확정된 사실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그것 역시 채취와 보관, 분석에 이르는 여러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그 과정 어딘가에 문제가 있으면 결과의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먼저 살필 것은 감정의 대상이 된 시료가 온전히 관리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채취된 시료가 분석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떻게 보관되었는지, 그 흐름이 끊김 없이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이 흐름에 빈틈이 있거나 시료가 뒤바뀌거나 오염될 여지가 있었다면, 그 결과가 이 사람의 것임을 그대로 믿기 어려워진다. 이 연결 고리를 확인하는 것이 다툼의 출발점이 된다.
분석의 방법과 조건도 검토 대상이다. 어떤 방식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는지, 그 방법이 신뢰할 만한 것이었는지, 분석에 쓰인 장비와 절차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었는지가 결과의 힘을 좌우한다. 분석 과정에 오류의 여지가 있었다면 그 결과를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전문적인 시각으로 세밀하게 살펴야 드러난다. 같은 시료라도 어떤 조건에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으므로, 그 조건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두어야 한다.
결과의 해석에도 다툴 여지가 있다. 시료에서 확인된 성분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양과 상태가 언제의 어떤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여러 사정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다.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한 결론이 곧바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며, 다른 경위나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하나의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결과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남은 시료에 대한 재분석을 검토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요구에는 절차와 시점의 제약이 따르므로, 결과에 의문이 있다면 이른 시점에 그 뜻을 밝히고 방법을 살피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 시료가 남지 않으면 다시 확인할 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이 다툼은 감정이 아니라 근거에 기대야 한다. 무작정 결과를 부정하기보다, 어느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신뢰에 의문이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막연한 의심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지만, 과정의 흠을 짚은 구체적인 지적은 진지하게 검토된다. 그래서 감정과 관련된 자료를 정확히 확보하고 정리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결과 하나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는 균형도 필요하다. 감정 결과는 여러 자료 가운데 하나이며, 사건의 실체는 전체적인 정황과 함께 가려진다.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사건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그 결과가 어떤 무게를 갖는지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균형 잡힌 시선이 다툼의 방향을 잡아 준다.
감정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할 때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를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다. 막연히 자료 전부를 요구하기보다, 어느 과정의 어떤 부분에 의문이 있는지를 특정해 살피면 다툼의 초점이 또렷해진다. 이렇게 초점을 좁히면 검토도 수월해지고, 실제로 문제 될 지점을 놓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마약변호사와 함께 감정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를 되짚는 일은, 과학의 이름을 두른 결과가 검증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막는 데 의미가 있다. 채취에서 보관과 분석에 이르는 흐름이 온전했는지, 그 해석에 다른 여지는 없는지를 차분히 따지면 다툼의 여지가 드러난다. 과정을 묻는 시선이 결과에 휘둘리지 않는 대응의 바탕이 된다.
감정 결과는 확정된 사실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만들어 낸 과정 위에 서 있다. 그 과정이 온전했는지를 묻는 일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거쳐야 할 단계이며, 그 물음이 구체적일수록 힘을 얻는다. 결과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사건의 실제에 다가서는 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