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새로운 삶을 위해 해외로 이주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혼을 하거나, 일자리를 얻거나, 가족이 있는 나라로 돌아가는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자녀를 데리고 나라를 옮기는 일은 양육하는 부모의 뜻만으로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살지 않는 다른 부모의 권리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이런 상담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짚는 것이, 자녀의 해외 이주는 두 부모와 자녀 모두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자녀를 데리고 해외로 이주하면 함께 살지 않는 부모의 면접교섭은 사실상 크게 제약됩니다. 비행기를 타야 만날 수 있는 거리가 되면 정기적인 만남이 어려워지고, 자녀와 그 부모의 유대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의 해외 이주는 단순한 거주지 변경이 아니라, 자녀와 비양육 부모의 관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다루어집니다. 양육하는 부모의 자유로운 결정처럼 보여도, 그 결정이 다른 부모의 권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를 데리고 이주하려면 원칙적으로 다른 부모와 협의하거나 그 동의를 얻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친권을 공동으로 정한 경우라면 자녀의 중요한 신상에 관한 결정에 양쪽이 관여하게 되어 있어, 이주에 관한 협의가 더욱 필요합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됩니다. 이주를 원하는 부모가 그 허가나 양육에 관한 사항의 변경을 청구하고, 반대하는 부모가 이를 다투는 방식으로 다툼이 진행됩니다.
법원이 이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은 언제나 자녀의 복리입니다. 이주가 자녀에게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지가 핵심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교육과 생활 여건, 양육하는 부모의 이주 사유가 정당하고 자녀를 위한 것인지, 자녀가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 이주 이후에도 다른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할 방안이 있는지를 두루 살핍니다. 자녀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면 그 뜻도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부모의 필요가 아니라 자녀의 이익이 저울의 중심에 놓입니다.
반대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면접교섭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다는 점을 다투게 됩니다. 자녀가 멀리 떠나면 만남이 어려워지고, 그것이 자녀와의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때 법원은 이주를 허용하되 그에 상응하는 면접교섭 방안을 함께 정하기도 합니다. 방학 기간의 장기 방문, 영상통화를 통한 정기적 교류, 이주 비용의 분담 같은 조건을 붙여 양쪽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것입니다. 무조건 막거나 무조건 허용하기보다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다루어집니다. 자녀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자라는 것과 두 부모 모두와의 관계를 잃지 않는 것을 동시에 지키려는 것입니다.
주의할 것은, 다른 부모의 동의나 법원의 판단 없이 자녀를 데리고 일방적으로 출국해 버리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은 사후에 큰 분쟁을 부르고, 자녀를 데려간 부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아동 반환에 관한 문제로 번지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집니다. 급한 마음에 먼저 떠나 버리는 것은 자녀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확실히 정리한 뒤 움직이는 것이 결국 안전합니다.
이주를 준비하는 부모라면 자신의 이주가 왜 자녀에게도 이로운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주 후의 주거와 교육 계획, 생활의 안정성, 다른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할 구체적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이주에 반대하는 부모라면 자녀와의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어 왔고 이주로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각자의 입장에서 자녀의 복리라는 기준에 맞는 주장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해외 이주는 새 출발의 설렘과 관계 단절의 불안이 함께 얽힌 문제입니다. 어느 부모의 권리가 더 앞선다기보다, 자녀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가를 기준으로 풀어야 합니다. 떠나려는 쪽이든 붙잡으려는 쪽이든, 자녀를 가운데 두고 감정으로 맞서기 전에 그 아이의 앞날을 먼저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국경을 넘는 결정일수록 신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