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두고
성범죄전문변호사가 설명하게 되는 것이 위계와 위력이라는 개념입니다. 성범죄는 흔히 물리적인 강제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법은 상대를 속이거나 지위를 이용해 저항을 어렵게 만든 경우도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특히 미성년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 업무상 상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사건에서 이 개념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겉으로는 동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다툼의 중심입니다.
위계는 상대를 속이거나 오인하게 만들어 성적 행위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행위의 성격이나 목적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꾸며 상대의 판단을 흐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과거에는 위계의 범위를 좁게 보아 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판례의 흐름은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대가에 관한 속임까지 폭넓게 보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속였는지, 그 속임이 상대의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주었는지가 판단의 갈림길이 됩니다.
위력은 상대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뜻합니다. 반드시 폭력을 쓰지 않아도, 사회적이거나 경제적인 지위, 나이 차이, 조직 내의 상하 관계처럼 상대가 거스르기 어려운 힘이 이용되면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지도자와 배우려는 사람,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처럼 힘의 불균형이 뚜렷한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위력은 실제로 행사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의사를 억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유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동의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일입니다. 표면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유로운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성격, 두 사람 사이의 힘의 차이, 거절했을 때 예상되는 불이익, 그런 환경에서 상대가 실제로 저항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그래서 같은 행위라도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관계의 맥락이 곧 판단의 재료가 되는 셈입니다.
업무상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은 위력의 존재를 둘러싼 다툼이 특히 치열합니다. 채용이나 평가, 계약의 연장처럼 상대의 장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적인 요구가 없었더라도 그 지위 자체가 상대의 거절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방어하는 쪽에서는 그러한 영향력이 실제로 이 관계에 작용했는지, 상대가 불이익을 걱정할 만한 구체적 상황이 있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지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위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경우에는 판단 기준이 한층 넓어집니다. 나이 차이와 성숙도의 차이 자체가 위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보호하거나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관계의 성격이 더 무겁게 고려됩니다. 같은 말과 행동이라도 상대가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되므로, 상대의 나이와 두 사람의 관계를 먼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사건 이해의 출발점이 됩니다.
혐의를 다투는 쪽에서는 위계나 위력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것이 상대의 의사 결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를 두고 방어하게 됩니다. 관계가 대등했다거나, 상대가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거나, 속임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 정황으로 보여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힘의 불균형과 그로 인해 거절이 어려웠던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황의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사건을 준비할 때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주고받은 메시지, 근무나 활동의 기록,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 관계의 성격을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이런 자료를
성범죄전문변호사와 함께 검토하면 위계나 위력이 쟁점인 사건에서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관계의 맥락을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는 것이 이 유형의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위계와 위력은 눈에 보이는 폭력이 아니라 관계 속에 숨어 있는 힘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행위 그 자체보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었고 그 관계가 상대의 선택에 어떻게 작용했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그 힘이 실제로 상대의 자유로운 판단을 가로막았는지를 정황으로 밝히는 일이 이 유형 사건의 성패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