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형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건넨 물건이 마약인 줄 몰랐다는 경우다.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물건을 전달하거나 보관했을 뿐인데 그 내용물이 마약이어서 함께 처벌 대상이 된 상황이다. 이른바 전달책이나 보관책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흔히 겪는 문제다.
마약변호사 상담에서도 내용물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다툴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알았는지 몰랐는지가 처벌의 갈림길이 되기 때문이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그 행위를 저지른다는 인식, 곧 고의가 있어야 한다. 마약 관련 범죄에서도 자신이 다루는 물건이 마약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죄가 된다. 물건이 마약인 줄 전혀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면 고의가 없어 처벌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달이나 보관에 관여했더라도, 그 내용물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행위 자체보다 그 행위 당시의 인식이 문제되는 것이다.
다만 몰랐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경우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은 확정적으로 알지는 못했더라도 마약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럴 가능성을 받아들인 경우까지 고의로 본다. 마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건넸다면,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느 정도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는지가 중요해진다.
인식이 있었는지는 여러 정황으로 판단된다. 물건을 건넨 사람과의 관계, 전달의 경위, 받은 대가의 크기, 물건의 포장 형태, 은밀하게 이루어진 정황 같은 것들이다. 통상적인 심부름이라고 보기 어려운 높은 대가가 오갔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이 이루어졌다면 인식을 의심할 근거가 된다. 반대로 그런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었다면 몰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결국 당시 상황이 얼마나 의심스러웠는가가 관건이 된다.
그래서 이런 사건의 방어는 전달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서 시작된다. 누구의 부탁으로, 어떤 관계에서, 무엇이라고 듣고 물건을 다루게 되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부탁한 사람과 주고받은 대화, 대가의 유무와 크기, 물건을 건넨 방식이 모두 판단의 자료가 된다. 이런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기록이 있다면 몰랐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막연히 몰랐다고만 해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마약일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다. 상식적으로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건넸다면, 그런 가능성을 알면서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래서 왜 의심하지 못했는지, 그 상황에서 의심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탁한 사람을 신뢰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점도 밝혀야 한다.
지목한 사람의 진술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내용물을 알려 주었다는 상대의 진술과, 몰랐다는 당사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어느 쪽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맞아떨어지는지를 따진다. 지목한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줄이려고 상대의 인식을 과장할 동기가 있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진술과 정황이 어긋나는 지점이 방어의 실마리가 된다.
대가의 성격도 인식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단순한 심부름의 대가로 보기 어려울 만큼 큰 돈을 받았다면, 그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었던 정황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대가가 없거나 통상적인 수준이었다면 의심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래서 무엇을 대가로 받았는지, 그 크기가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지 않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인식 여부를 가리는 데 중요하다. 대가의 크기가 인식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내용물을 몰랐다는 주장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힘을 갖지 못한다. 전달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었음을 정황으로 뒷받침하고, 상대 진술의 빈틈을 짚어야 한다.
마약변호사 조력을 받으면 고의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인지, 어떤 자료로 인식이 없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대응할 수 있다. 인식의 유무를 가리는 일은 기록과 정황의 싸움이다.
같은 행위라도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마약 사건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히 밝히고, 인식이 없었음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억울한 처벌을 피하는 길이 된다. 몰랐다는 말은 그 경위가 함께 설명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