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때 자녀 양육비는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녀가 성년이 되어도 대학에 다니거나 진로를 준비하느라 여전히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년이 된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두고 이혼한 부모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성년 자녀의 학비와 부양을 어떻게 볼 것인지
이혼전문변호사의 시각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와는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먼저 개념을 구분해야 합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는 부모가 당연히 부담하는 것으로, 이혼 시 정해 두면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지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자녀가 성년이 된 뒤의 문제는 양육비가 아니라 부양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은 미성년 자녀 양육과 성격이 다르고, 인정되는 범위와 요건도 더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성년 자녀의 학비를 미성년 양육비와 같은 것으로 여기고 접근하면 어긋나게 됩니다.
성년 자녀가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부모에게 부양을 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성년인 자녀는 원칙적으로 자립이 기대되는 나이이므로, 단지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학비 전부를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녀의 상황, 부모의 경제적 능력, 그동안의 부양 관행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결국 성년 자녀의 학비 부담 문제는 미성년 양육비처럼 기준표로 딱 떨어지기보다,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혼 단계에서의 설계가 중요해집니다. 이혼하면서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할 때,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의 학비나 부양을 부모가 어떻게 분담할지 미리 합의해 문서에 담아 둘 수 있습니다. 예컨대 대학 등록금을 양쪽이 어떤 비율로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을 협의서나 조정 내용에 넣어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약정해 두면 그 약정에 따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성년 이후의 다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미리 정해 두는 것과 나중에 다투는 것은 부담의 무게가 다릅니다.
그런 약정 없이 자녀가 성년이 되어 학비 문제가 불거지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이때는 양육하던 부모나 자녀 본인이 상대 부모를 상대로 부양을 구하게 되는데, 앞서 본 것처럼 인정 여부와 범위가 사안마다 갈립니다. 자녀가 이미 성년이라면 부양을 구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정리해야 합니다. 미성년일 때는 양육하는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양육비를 청구하지만, 성년이 된 뒤에는 자녀 본인이 당사자가 되는 국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감정이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 후 자녀와 왕래가 없던 부모에게 갑자기 대학 학비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거나, 반대로 부모가 자녀의 진학을 핑계로 부양을 회피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다툼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적 요구가 아니라, 자녀의 실제 필요와 부모의 부담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학업의 실태, 자녀가 스스로 감당하는 부분, 부모 각자의 형편을 자료로 정리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혼 시점에 성년 이후까지 내다본 합의를 해 두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자녀가 어릴 때 이혼하는 부부는 대학 이야기가 먼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먼 일이 닥쳤을 때 아무 약정이 없으면 자녀가 부모 사이의 다툼에 끼여 상처를 받습니다. 미성년 양육비만 정하고 마무리하기보다, 성년 이후의 교육비 분담에 관한 큰 틀이라도 합의해 두면 자녀에게 훨씬 안정적인 울타리가 됩니다.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이런 장래 항목을 협의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고 부모의 마음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적으로는 미성년 양육과 성년 부양이 다른 영역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혼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자녀의 먼 앞날까지 시야에 넣어 합의를 설계하시고, 이미 자녀가 성년이 된 상태에서 학비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청구가 가능한지부터 차분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녀의 앞길을 여는 일에 부모의 이혼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