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자백은 강력한 증거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은 자백 하나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자백이 잘못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위험이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변호사 상담에서 자백이 있는 사건을 다룰 때도, 그 자백이 어떻게 나왔고 다른 증거로 뒷받침되는지를 먼저 살핀다. 자백은 그 자체로 완결된 증거가 아니라 검증을 거쳐야 하는 진술이다.
가장 먼저 문제되는 것이 자백의 임의성이다. 자백은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증거로서 가치를 갖는다. 고문이나 폭행, 협박, 지나치게 오랜 조사, 잠을 재우지 않는 방식처럼 의사를 억압하는 상황에서 나온 자백은 임의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증거로 쓸 수 없다. 이는 자백의 내용이 사실인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증거에서 배제된다는 뜻이다.
임의성이 의심되는 정황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조사가 심야까지 이어졌거나, 회유나 압박이 있었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 홀로 조사받은 사정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자백은 그 신빙성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조사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 무리가 없었는지를 기록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자백만으로는 유죄가 되지 않는다. 자백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강법칙이라 한다. 스스로 죄를 인정했더라도 그 진술이 사실임을 확인해 줄 별도의 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백이 허위이거나 착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자백이 있는 사건에서도 보강증거가 충분한지가 다툼의 대상이 된다.
보강증거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면 충분한지도 쟁점이 된다. 자백한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뒷받침하는 증거여야 하고, 단순히 자백을 반복하는 또 다른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백의 내용과 객관적인 정황이 서로 맞아떨어지는지, 자백에서 말한 사실이 실제 증거로 확인되는지를 따진다. 보강증거가 약하거나 자백과 어긋난다면 그 지점이 방어의 실마리가 된다.
자백을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도 있다. 수사 단계에서는 인정했다가 재판에서 부인하는 것이다. 이때는 처음의 자백과 나중의 부인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에 가까운지를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게 된다. 자백을 번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처음 자백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가 판단에 영향을 준다. 번복 자체가 곧바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그 경위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자백이나 불리한 진술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함께 관련된 사람이 조사에서 한 진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진술 역시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자신의 책임을 줄이려는 동기는 없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그 진술이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정해진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진술을 한 사람을 상대로 반대신문을 통해 신빙성을 확인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남의 진술이라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허위자백이 생기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은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혹은 다른 사람을 감싸기 위해서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백이 있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자백이 진실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남는다. 자백의 존재에 눌려 다툼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자백이 있는 사건일수록 그 자백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되짚는 일이 중요하다. 조사 과정의 기록을 확인하고, 임의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고, 보강증거가 충분한지 따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형사변호사 조력을 받으면 자백의 임의성과 보강증거의 존부를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조사 단계부터 부당한 진술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대응할 수 있다.
자백은 유죄의 결정적 증거처럼 보이지만, 법은 그것을 그대로 믿지 않도록 이중의 장치를 두고 있다. 임의성이 있는지,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무고한 처벌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자백 앞에서 미리 포기하지 않고 그 형성 과정과 증거 관계를 따지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